들어가며
친구와 같은 검사를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점수를 맞대 보게 됩니다. 친구는 62점이 나왔고 나는 58점이 나왔다면 친구가 그 특성을 더 많이 가진 것일까요, 아니면 별 차이가 아닌 것일까요. 반대로 점수를 남과 비교하면 안 된다는 말도 자주 듣는데, 그렇다면 백분위 같은 숫자는 왜 있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이 글은 검사 점수가 무엇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는지에서 시작합니다. 남과 견주어 매긴 점수와 내 응답만으로 매긴 점수의 차이, 비교의 기준이 되는 규준 집단의 뜻, 비교해도 되는 경우와 조심해야 하는 경우, 작은 점수 차이를 읽는 방법을 차례로 다룹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무엇과 비교하는지 모르는 채 비교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같은 숫자라도 만들어진 방식이 다르다
심리검사의 점수는 겉보기에 모두 비슷한 숫자지만 만들어지는 방식은 크게 다릅니다. 어떤 점수는 많은 사람의 결과를 모아 둔 기준과 견주어 내가 그 안에서 어디쯤인지를 나타냅니다. 이런 점수를 규준 참조 점수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예가 평균 100, 표준편차 15로 맞춘 IQ 점수입니다.
다른 어떤 점수는 남과 견주지 않고 내 응답 자체가 양 끝 사이 어디쯤 놓이는지를 나타냅니다. 빅파이브 성격검사의 0에서 100 사이 점수가 이런 방식으로, 65점은 상위 35퍼센트라는 뜻이 아니라 그 특성을 설명하는 문장들에 동의하는 쪽으로 답한 비율이 그만큼이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같은 70이라는 숫자라도 어떤 검사에서 나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세 번째로, 내 안에서 여러 특성의 순서를 매기는 점수도 있습니다. 성격강점 검사 (24 강점)처럼 나를 대표하는 상위 5개 강점을 보여 주는 결과가 그렇습니다. 이 경우 1위라는 말은 나의 다른 강점들보다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는 뜻일 뿐, 다른 사람보다 그 강점이 크다는 뜻은 아닙니다.
규준 집단이란 무엇인가
규준 집단은 점수를 매길 때 비교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의 묶음입니다. 검사를 만드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에게 같은 검사를 실시해 점수가 어떻게 퍼져 있는지를 기록하고, 이후 검사를 받는 사람의 점수를 그 분포 위에 놓습니다. 백분위 80이라는 말은 그 규준 집단 안에서 나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대략 80퍼센트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규준 참조 점수를 읽을 때는 누구와 비교했느냐가 핵심입니다. 같은 원점수라도 대학생 집단과 비교하면 평범한 위치일 수 있고, 전체 성인 집단과 비교하면 높은 위치일 수 있습니다. 나이, 나라, 언어, 검사를 받은 시기가 다른 집단과 비교한 점수는 서로 다른 잣대로 잰 길이와 같습니다.
시대도 규준을 바꿉니다. 지능 검사 분야에서는 세대가 지나며 같은 검사의 평균 원점수가 꾸준히 올라간 현상이 보고되어 연구자의 이름을 따 플린 효과라고 불러 왔습니다. 오래된 규준으로 지금 사람의 점수를 매기면 실제보다 높게 나올 수 있어서, 공식 검사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규준을 새로 만듭니다.
누구와 비교했는지가 숫자를 바꾼다
온라인 검사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비교 대상이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스스로 찾아와 검사를 받은 사람들은 그 주제에 관심이 많거나 특정 연령대에 몰려 있는 등 전체 인구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평균과 비교한 위치는 일반 인구 안에서의 위치와 어긋날 수 있습니다.
공식 지능 검사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대표 표본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이, 성별, 지역, 교육 수준 같은 조건이 실제 인구 구성과 비슷해지도록 사람을 골라야 비교의 기준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습니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짧은 검사의 점수는 정확한 순위보다 대략의 방향을 알려 주는 추정치로 읽는 편이 맞습니다.
친구와 점수를 비교할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두 사람이 같은 검사를 같은 길이로, 비슷한 조건에서 받았다면 대략의 비교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짧은 버전을, 다른 사람은 긴 버전을 받았거나, 한 사람은 지친 밤에, 다른 사람은 맑은 아침에 받았다면 그 차이까지 점수에 섞여 있습니다.
비교하기 전에 확인할 것
점수를 남과 견주기 전에 몇 가지만 확인하면 엉뚱한 결론을 피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결과 화면이나 검사 설명에서 바로 찾을 수 있는 정보입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숫자의 크기보다 대략의 방향만 비교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그 점수가 남과 견주어 만든 점수인지, 내 응답만으로 만든 점수인지 확인합니다.
- 내 안에서 매긴 순위라면 다른 사람의 순위와 맞대지 않습니다.
- 같은 검사, 같은 길이, 비슷한 조건에서 받은 결과인지 확인합니다.
- 차이가 몇 점 안팎이라면 오차 안에 있을 가능성을 먼저 떠올립니다.
- 성격 점수에는 높고 낮음에 우열이 없다는 점을 기억합니다.
작은 차이는 오차 안에 있을 수 있다
어떤 검사도 사람을 완벽하게 재지 못합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검사를 여러 번 받으면 점수가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데, 이 흔들림의 폭을 측정 오차라고 부릅니다. 문항 수가 적을수록, 그리고 검사 조건이 들쭉날쭉할수록 이 폭은 커집니다.
그래서 점수는 한 점이 아니라 그 근처의 범위로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친구가 62점, 내가 58점이라면 두 범위가 상당 부분 겹칠 수 있고, 다시 검사하면 순서가 뒤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몇 점의 차이를 두고 누가 더 외향적이라거나 누가 더 똑똑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숫자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반대로 차이가 꽤 크고 여러 번 검사해도 같은 방향으로 나온다면 의미 있는 차이일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만 그때도 점수가 말해 주는 것은 그 특성의 정도일 뿐, 사람의 가치나 앞으로의 가능성을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또 그 차이가 생활 속에서 얼마나 눈에 띄는 차이인지는 숫자와 따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비교가 쓸모 있는 방향
사람은 남과 견주어 자신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고,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 비교라는 이름으로 오래 연구해 왔습니다. 비교는 내 위치를 가늠하게 해 주기도 하지만, 나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과의 비교는 쉽게 위축감으로 이어집니다. 검사 점수를 두고 하는 비교도 이 두 얼굴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쓸모 있는 비교 대상은 대개 과거의 나입니다. 같은 검사를 시간 간격을 두고 비슷한 조건에서 다시 받으면, 생활의 변화나 노력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졌는지를 남의 사정에 흔들리지 않고 볼 수 있습니다. 성격처럼 비교적 안정된 특성이라도 몇 년에 걸친 변화는 충분히 관찰할 만합니다.
친구나 가족과 결과를 나누는 일도 비교 대신 대화로 바꾸면 훨씬 쓸모가 커집니다. 누가 더 높은지를 따지기보다, 서로 다른 점수가 실제 생활에서 어떤 차이로 나타나는지 이야기해 보는 것입니다. 한 사람은 계획을 세워야 마음이 편하고 다른 사람은 즉흥이 편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다툼이 이해로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
- 심리검사 점수에는 남과 견주어 만든 점수, 내 응답만으로 만든 점수, 내 안에서 매긴 순위가 있고 서로 다르게 읽어야 합니다.
- 규준 참조 점수는 누구와 비교했는지에 따라 같은 원점수도 다른 숫자가 됩니다.
- 몇 점 안팎의 차이는 측정 오차 안에 있을 수 있으므로 점수를 한 점이 아니라 범위로 읽습니다.
- 가장 쓸모 있는 비교 대상은 비슷한 조건에서 다시 검사한 과거의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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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빅파이브 점수를 백분위처럼 읽어도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빅파이브 성격검사의 점수는 순위가 아니라, 내가 고른 답이 한쪽 끝과 다른 쪽 끝 사이 어느 지점에 모이는지를 보여 주는 값입니다. 백분위처럼 읽으면 실제보다 비교의 의미를 크게 부풀리게 됩니다.
친구와 강점 순위가 다르면 누구의 강점이 더 큰 건가요.
순위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강점 순위는 한 사람 안에서 여러 강점의 상대적인 크기를 매긴 것이어서, 두 사람의 1위를 나란히 놓고 크기를 견줄 수는 없습니다. 서로의 상위 강점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이야기해 보는 편이 쓸모 있습니다.
온라인 IQ 점수로 친구와 지능을 비교해도 되나요.
재미로 견주어 볼 수는 있지만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합니다. 짧은 온라인 검사는 문항 수가 적어 오차가 크고, 대표 표본으로 만든 규준과 비교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몇 점 차이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 Festinger, L. (1954). A theory of social comparison processes. Human Relations, 7(2), 117-140.
- American Educational Research Association,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National Council on Measurement in Education (2014). Standards for Educational and Psychological Testing. American Educational Research Association.